"러시아, 아파트까지 융단폭격…도시가 사라질 것 같았다"

입력 2022-03-01 15:41   수정 2022-03-15 00:31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체르니히우는 지도에서 사라질 정도로 큰 폭격 피해를 입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최대 국영 가스회사 나프토가즈의 강현창 투자담당 이사(41·사진)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지 참상을 이같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10여 년간 거주한 강 이사는 한국 외교관들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헝가리로 탈출했다. 우크라이나에는 다른 가족과 지인들이 남아 있다.

강 이사는 “오늘(현지시간 28일) 처음으로 민간인을 집중 겨냥한 로켓포와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민간인 피해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오조준이나 파편으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번엔 민간인을 정확히 노린 사격이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서방 국가들도 고강도 제재 카드를 꺼내들자 러시아가 더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와 휴전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강 이사는 “러시아의 전형적인 양면 전술”이라며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선 아파트 단지 등에 융단폭격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로켓포 공격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11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을 당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하르키우는 평화로운 주거 지역으로 군사시설이 없다”며 “러시아인들은 어디로 발사하는지 알고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등 유럽 일각에선 앞으로 러시아가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심장부 키예프를 수중에 넣기 위해 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위성업체 맥사에 따르면 키예프 인근에 탱크, 장갑차 등으로 구성된 러시아군 행렬이 64㎞ 길이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키예프 도심에서 약 27㎞ 떨어진 안토노프 공항 인근에서 북쪽으로 늘어서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가 많은 예상을 깨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결사항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 이사는 강조했다. 그는 “한 소도시에서는 주민 200여 명이 무기도 없이 탱크를 향해 전진하며 러시아군을 물리쳤다”며 “키예프를 방어하기 위해 매복한 시민들이 화염병을 던져 탱크를 전소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포로로 붙잡힌 일부 러시아군이 “군사 훈련인 줄 알고 참여했다”고 털어놓은 반면 우크라이나인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의 사기를 높였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유럽연합(EU)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 하지만 EU가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게 강 이사의 관측이다. 그는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한 완충지대로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방 국가가 러시아의 에너지를 제재할 가능성도 낮게 봤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등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강 이사는 한국 사회를 향해 구호물품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제때 치료받지 못해 암 환자 등이 죽어나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들도 구조물품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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